과학

동물의 설계 & 윌리스턴의 법칙, 진화에서

팔락 2011. 6. 22. 16:11

동물의 설계가 모듈 식이고 반복적이라는 사실은 동물 형태에 어떤 질서가 있음을 반영한다. 큰 동물의 몸은 반복 부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속들 또한 반복적인 하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특정군의 동물을 대상으로 할 때, 구성원들 사이의 주된 차이는 반복 구조의 수와 종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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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의 신체부속끼리 비교할 때는 처음에 같은 부위였지만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 것들인지, 아니면 일대일 연관관계가 분명치 않은 연속 부위들이 엇갈려 있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롱뇽, 초식공룡, 쥐의 앞다리와 사람의 팔은 상동기관(homolog)들이다. 동일한 구조가 각 종에 맞게 다른 식으로 변형되었다는 뜻이다. 모두가 공통 선조의 앞발로부터 진화한 것이다.

 

뒷발, 즉 사람의 다리나 네발 척추동물의 뒷다리 역시 상동기관들이다. 그런데 앞다리와 뒷다리는 서로 연속 상동기관(serial homolog)이다. 한 구조가 반복해서 나타났다는 뜻이며, 변형 정도는 동물마다 다르다. 척추와 연관 구조들(갈비뼈), 사지동물의 앞다리와 뒷다리, 손발가락들, 이빨들, 절지동물의 구기와 더듬이는 걷는다리, 곤충의 앞날개와 뒷날개가 서로 연속 상동기관들이다.

 

연속상동기관의 수와 종류가 변하는 것이야말로 동물 진화에서 제일 중요한 주제이다. 바다가재의 몸 구성에는 모듈성과 연속 상동성이라는 일반적 주제들이 잘 드러난다. 첫째, 몸은 머리(눈과 구기가 붙어 있다), 가슴(걷는다리들이 달렸다), 기다란 꼬리(맛있다!)로 이루어진다. 둘째, 마디마다 특정 부속지들을 여러 개 거느리고 있다(더듬이, 집게다리, 걷는다리, 헤엄다리 등). 셋째, 관절이 있는 부속지는 그 자체가 또 지절로 나뉘어 있고, 부속지마다 지절의 수가 다르다(집게다리와 걷는다리를 비교해보라).

 

우리 이빨 역시 연속 상동 구조의 또다른 사례이다. 턱에 달린 이빨의 종류는 다양하다(송곳니, 앞니, 앞어금니, 어금니 등). 척추동물들 사이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역시 이빨의 종류와 수이다. 거대한 해양 생물체 같은 원시적 파충류들의 입에 잔뜩 달린 이빨들은 모조리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후의 종들은 다양한 종류의 이빨을 진화시켜 물고, 찢고, 씹는 데 알맞게 적응시켰다.

 

반복 구조의 수와 종류가 변하는 과정에는 틀림없이 모종의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생물학자 새뮤얼 윌리스턴은 1914년에 이렇게 단언했다. "유기체 신체부속들의 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줄어든 부위들이 기능 면에서는 훨씬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하나의 법칙이다."

 

윌리스턴은 고대 해양 파충류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초기 동물군에는 비슷한 부속들이 다수 반복되는 반면, 후대 동물군에는 부속의 수가 줄고 구조마다 한결 전문화된 형태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게다가 전문화된 패턴이 일반적인 형태로 되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충분한 수를 확보한 연속 상동기관들은 기능의 전문화와 수의 감소를 향해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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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들이 반복된다는 것 외에도 동물 신체와 부속에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할 특징이 두 가지 더 있다. 대칭성과 극성이다. 친숙한 대부분의 동물은 좌우대칭형이다. 이런 동물은 앞/뒤 방위도 갖게 되는데, 덕분에 여러 효과적인 이동 방식들이 진화했다. 동물 신체와 부속의 극성(polarity)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동물은 극성을 나타내는 축이 세 개가 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위에서 아래까지(직립한 사람의 경우 등에서 몸 앞까지), 몸에 가까운 쪽에서 먼 쪽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