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사기와 벌거벗겨진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과학을 어떻게 남용했는가? 광범위하게 퍼진 과학용어의 남용과 사회과학에 자연과학적 개념들을 난삽하게 끼워 넣는 행태들을 풍자를 이용하여 공격했다. 라캉, 크리스테바,보드리야르 등에 의해 자행된 물리적-수학적 신비화를 분석했다.
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한 전면적 비판으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이 [지적 사기]다. 이른바 '소칼의 장난 'Sokal's Hoax'으로 불리는 이러한 일련의 논쟁적 사건은 소칼이 패러디와 넌센스로 가득 찬 논문 '경계의 침범 :양자 중력의 변형해석학을 위하여'를 '소셜 텍스트 Social text'라는 포스트모던 저널에 기고, 결국 게재에 성공하였으며, 후에 학문적 엄밀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시도한 것이라고 폭로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그 논문은 포스터모더니즘의 형이상학적 헛소리를 아주 교묘하게 패러디한 것으로, 소칼은 폴 그로스와 노먼 레빗의 <고등 미신 :좌익 학계와 그들과 과학의 싸움>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어 소칼은 루뱅 대학 물리학과 교수 브리크몽과 협력하여 [지적 사기]를 프랑스에서 출판하였고, 여기서 프랑스 철학자들이 과학을 남용한 사례를 철저히 분석, 비판하면서 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해 전면적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소칼과 브리크몽이 이 책에서 의도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학의 남용 사례들을 철저하게 열거하여 비판하는 것, 둘째 포스트모던 철학에서 나타나는 인식론적 문화적 상대주의의 조류를 비판하는 것이다.
'프랑스 사유의 거대한 전통을 과학적 엄밀성만으로 환원, 거세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부정적평가에도 불구하고 소칼과 브리크몽이 시도한 일련의 의도적 행위는 일단 자신의 학문적 혹은 정치적 입장을 사회적으로 쟁점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후 '프랑스 철학열풍'으로까지 표현할 만큼 프랑스 철학의 결정적 영향을 받은 우리 지식계는 이 책이 향하고 있는 비판의 화살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음은 지적 사기에 인용된, 포스터모던 철학 유행을 선도한 프랑스 지식인등 중 한 명인 정신분석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글로, 과학과 사이비과학과 철학의 전문 용어를 이용한 탁월한 잡탕이다.
우리는 저자에게 의존하는 선형적 의미화의 고리들, 즉 원 저술과 다수의 지시 대상과 다수의 차원을 갖는 이 기계적 촉매 작용 사이에는 일의적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척도의 대칭, 횡단, 확대의 희생적 비논증적 성격, 이 모든 차원들은 우리한테서 배중률을 앗아가면서 앞서 비판한 대로 존재론적 이원주의를 거부하는 우리의 입장을 강화해준다.
질 들뢰즈도 비슷한 글쓰기 재주를 갖고 있다.
우선 특이성-사건들은 안정적이지도 비안정적이지도 않은 준 안정적 계 안으로 조직화되는 이질적 계열들에 상응한다. 이 계는 계열들 사이의 차이가 분포되는 잠재 에너지를 부여받았다. ··· 다음 특이성들은 자동 통합의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은 역설적 요소가 계열을 가로지르며 계열을 공명시키는 정도에 따라 항상 유연하게 탈바꿈한다. 역설적 요소는 상응하는 특이점들을 단일 우발점 안에 내포하고 모든 분출물을,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모든 수를, 한 번의 던짐 안에 내포하기 때문이다.
소칼과 브리크몽은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인용한 글에서 의미 파악이 가능한 문장은 몇 개 안되는데-그나마도 진부하거나 틀린 것이지만-그중 일부에 대한 우리의 소견을 각주에서 밝혔다. 나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라캉도 비판을 비켜가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 대학들의 많은 인문학과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라캉이 그가 수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꾸밈으로써 명성을 얻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라캉은 컴팩트의 수학 이론으로부터 상당수의 핵심 단어를 끌어와서는 뜻이야 통하건 말건 제멋대로 뒤섞어놓는다. 컴팩트에 대한 라캉의 정의는 단순히 오류인 것이 아니라 횡설수설이다.
개리 카미야(미국 인터넷 미디어 <사롱>의 편집자)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인문학에서 진보적인 사유로 통하고 있는 위선적이고, 몽매하고, 횡설수설로 가득한 자기들끼리의 전문 용어들 속을 헤치며 나아가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만간 알게 마련이었다. 그다지 비밀도 아닌 암호 같은 말들(해석학, 경계를 넘는, 라캉식, 헤게모니 등등 무수히 많다)로 무장한 일부 영리한 학자들이 완전히 사이비 논문을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 학술지에 싣곤 한다는 것을 말이다. ··· 소칼의 논문은 시종일관 정확한 용어들을 사용한다. 그 논문은 모든 최고 학자들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그 논문은 죄인들(백인들, 현실 세계)에게 채찍질을 하고, 후덕한 사람들(여성들, 형이상학적 광인들 전체)을 찬미한다. ···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진짜 헛소리이다. 어쩐 일인지 <소셜 텍스트>의 뛰어난 편집자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 도시 안으로 멋진 커다란 선물을 갖다놓은 다음 날 아침 트로이인들을 사로잡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