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본성과 양육(Nature Via Nurture)1

팔락 2011. 4. 16. 10:42

인간의 행동은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가?

 

초창기 본성 대 양육 논쟁을 주도한 인물은 철학자들이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인 존 로크는 사람의 마음을 빈 서판(Blank Slate)에 비유했다. 빈 서판은 라틴어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로크는 인간의 마음이 아무 개념도 담겨 있지 않은 흰 종이와 같으며, 그 내용은 오로지 경험에 의해 채워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프랑스의 장자크 루소와 독일의 임마누엘 칸트는 영국의 경험론자들과 달리 인간의 본성은 타고 난다고 주장했다.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펴냈다. 다윈에 의해 인간 본성의 보편성이 입증되었다. 그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튼은 1874년 `본성과 양육``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우생학(Euginics)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골튼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얻고 사람의 마음도 신체 기관들처럼 생물학적 적응을 통해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890년에 펴낸 <심리학 원리>에서 본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동물은 본능의 지배를 받는 반면 사람은 본능 대신에 이성에 의해 지배되므로 사람이 동물보다 지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이다. 그러나 제임스는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이 동물의 행동보다 지능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1920년이 되자 제임스의 위세에 눌려있던 경험론 진영에서 빈 서판 개념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존 왓슨은 러시아 생리학자인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을 발전시켜 단지 훈련만으로도 성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문화인류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프란츠 보아스는 인간을 본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문화라고 강조했다. 사회학의 창시자인 에밀 뒤르켐은 사회적 현상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사회학 연구의 기초에 빈 서판 개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