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관념 그리고 예술
도덕 관념은 공정함, 신분, 순수함이 독특하게 혼합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인간의 도덕화에는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도덕성을 신분이나 순수함과 혼동하는 것, 지나치게 도덕적인 차원에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반대자들에 대한 공격을 허락하는 것, 불가피한 흥정안을 생각하는 것 조차 금기시하는 것,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기 기만의 악덕(자기 자신을 항상 천사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히틀러 역시 온갖 이유로 자신의 대의가 청렴하다고 확신했던 도덕주의자(실은 도덕적 채식주의자)였다. 역사학자 이안 부루마는 이렇게 썼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진실한 신자가 냉소적인 운영자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본다. 냉소적인 운영자는 패를 버릴 줄 안다. 반면에 진실한 신자는 끝까지 가서 기어코 세상을 무너뜨린다."
도덕성을 함양하려면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보통 수준의 사실주의 소설이나 전통적인 교육과 비교했을 때 엘리트 예술이 도덕성을 함양하기에 특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분명한 사실은 여가 시간을 즐기는 방법에 따라 도덕적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가들과 감식가들이 도덕적으로 앞서 있다는 확신은, 도덕성에 해당하는 뇌의 회로가 지위에 해당하는 회로와 교차 배선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지적 착각에 불과하다.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가 지적했듯이, "한 남자가 저녁에 괴테나 릴케를 읽고 바흐나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 아우슈비츠로 출근할 수 있다." 반면에 글조차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신체 일부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 봉사자로 일하거나 장애아를 입양해 키우면서, 현대 예술에 대해서는 ``우리 네살 난 딸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세기 엘리트 예술과 비평의 지배적 이론들(모더니즘이나 포스트 모더니즘)은 인간 본성을 호전적으로 부정하면서 출발했다. 그것이 남긴 첫 번째 유산은 추하고 혼란스럽고 모욕적인 예술이고, 두 번째 유산은 위선적이고 난해한 학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놀라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