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그리고 그 반면(反面)인 형제간의 갈등은 동물의 왕국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배 새끼나 한 둥지 새끼들은 때로 치명적인 싸움을 벌이고, 젖, 음식, 보살핌을 얻어내려고 어미와도 싸운다. 이 갈등은 태아 발생의 생리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태아는 어머니의 혈류를 가볍게 건드려서 최대한 많은 영양분을 얻어내려 하는 반면, 어머니의 몸은 이를 거부해서 미래의 자식들을 위해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포도당 대사에 관련되는 인슐린의 양이 평소보다 1000배나 증가한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출산 후에도 계속된다.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가 완전히 발육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어머니는 손실을 막기 위해 아기를 유기하거나 돌보지 않았다. 아기의 통통한 볼과 때이르게 나타나는 표정 반응은 그러한 결정을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 건강함을 과시하는 일종의 광고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종류의 갈등은 종종 가족 드라마로 연출되는 심리적 갈등이다. 트리버스는 "사회적 관계의 기초에 놓인 대칭성"과 "사회 속에 가라앉아 있는 행위자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사회 생물학의 해방론적 성격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가 언급한 대상은 여성, 그리고 아이들이었다. 부모-자식 갈등 이론에서는 가족이 전지전능한 부모와 고분고분하고 고마워하는 자식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 선택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부모와의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심리적 전술을 제공함으로써, 양자의 갈등을 영원한 승자가 없는 싸움으로 만들었다. 부모에게는 완력이라는 일시적 강점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귀여운 짓, 칭얼거림, 짜증, 죄의식 사로잡히기, 동생 괴롭히기, 부모 사이 방해하기,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등 반격의 무기가 충분하다. 사람들 말대로 정신 이상은 집안 내력이다. 아이들로부터 물려받으니까.
부모가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아첨을 하고,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도 아이들의 성격은 절대로 부모의 의도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동일 문화권이란 조건에서 한 쌍의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작다. 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셩격 차는 태어날 때부터 떨어져 자란 아이들의 성격 차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입양된 아이들은 서로 너무 다르게 자라나서, 오히려 생면부지의 사람과 더 비슷할 정도이다. 이 사실은 심리학사를 장식하고 있는 모든 이론과 정면으로 모순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트리버스는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자식들은 부모의 욕심 없는 지도에 의존할 수 없다. 자식은 다른 방식의 조작에는 개방되어 있으면서 부모의 조작에는 어느 정도 거부하도록 사전에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조작하기 위해 임의적인 강화 체계(처벌과 보상)를 억지로 시행하면, 자연 선택은 그런 강화 계획을 거부하는 자식의 편을 들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뜻대로 크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모 노릇을 하면서 직접 알게 되는 씁쓸한 교훈중 하나이다. 시인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썼다. "우리의 자식은 우리의 자식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다. 아이들에겐 그들 자신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자식 갈등 이론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사실은,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대우했는가에 대한 인식이 부모와 자식 간에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다 자란 가족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실시한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들을 공정하게 키웠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대다수의 자식들은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스모더스 브라더스 효과"라 부른다. 이 코미디 시리즈의 주제 음악에는 두 주인공 중 멍청한 쪽이 부르는 "엄마는 항상 너만 좋아했어"라는 가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