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길들여진 원숭이
인간은 스스로 길들여진 동물이자 포유류이고 유인원인데, 그중에서도 사회적 유인원이다. 즉, 수컷이 짝짓기의 주도권을 쥐고, 암컷은 자신이 태어난 사회를 떠아야 하는 유인원이다. 수컷은 포식자이고 암컷은 초식성 채집인인 유인원이다. 수컷은 비교적 위계 질서를 이루고 있고, 암컷은 비교적 평등주의자인 유인원이다.
수컷은 자식을 키우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자식과 아내에게 음식과 보호와 동반을 제공해주는 유인원이다. 일부일처적 부부관계가 법칙이지만 많은 수컷들이 아내 몰래 부정을 저지르고, 몇몇 수컷들은 일부다처제를 누리고 있는 유인원이다.
신분이 낮은 수컷과 사는 암컷들이 가끔은 신분 높은 수컷의 유전자를 얻기 위해 수컷 몰래 간통을 하는 유인원이다. 특이할 정도로 강렬한 상호 성선택의 영향을 받는 유인원이기 때문에 암컷의 여러 신체적 특징(입술, 가슴, 허리)과 남녀 모두의 마음(노래, 경쟁적 야망, 신분 상승)은 짝찾기 경쟁에 쓰기 위해 발달하였다. 연계해서 배울 수 있고, 언어로 소통할 수 있으며 전통을 전수하는 새로운 본능의 특이한 영역을 개발한 유인원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인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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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는 운명적으로 우리 자신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낀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인간의 본성 때문에 우리의 탐구 작업조차 인간의 본성의 속성을 드러내며 채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야심 차지만 비논리적이고, 조작적이고, 종교적인 속성이 묻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책 <인성론>보다 더 불행한 문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부터 죽은 문헌이었다``라고 한 데이비드 흄의 말 그대로이다.
하지만 나는 흄의 시기 이후에 우리가 얼마나 큰 진전을 이루었는지 기억하며, 예전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려는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가를 기억한다. 우리는 결코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질 수 있는 한, 우리는 고귀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