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과 한의학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한의학의 기초인 기(氣), 음양오행(陰陽五行), 경락(經絡)이란 용어 자체가 과학과는 관계없는 추상적인 것으로 우리나라나 세계 어느나라의 과학 교과서에도 그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가 종종 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 음양오행, 경락을 중심으로 질병을 해석하는 한의학 자체가 과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철학적인 학문으로 의학이란 용어를 붙이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일부 사람들은 기초가 어떻든 병만 나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맡는 말이다. 하지만 질병 치료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 진단이나 치료는 모두 현대의학 속에 편입되며 그 이유 또한 과학적으로 근거가 밝혀진다. 또한 실증적으로 한의학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현재까지 없으며, 앞으로도 나올 가능성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인간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편견이 강한 동물이다. 그리고 이런 편견을 깨뜨리는 방법론이 과학 기능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이다.) 한의학을 옹호하는 글이 종종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아래 글은 동서의학의 차이라는 어느 시론에 대한 반박글을 인용한 것이다.
< 동서의학의 차이라는 어느 시론 원문 글에 대한 비판 >
1) 지식체계의 바탕이 동양의학은 철학적이고, 서양의학은 과학적이다. 사람들에겐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과 ‘믿는 것만 보는 사람들’의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과학자들에겐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경향’이 있고 철학자들에겐 ‘믿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과학에선 ‘의심’을 학문의 먹이로 삼고 자라며, 철학에선 ‘믿음’을 먹이로 삼아 변화해 간다.
비판)
양측의 지식체계가 다른 이유는 지식의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식의 발달이나 과학의 발전은 잘못된 전제나 가정들을 수정, 보완하여 진화해 나가는 것인데, 한의학 지식의 전제인 기와 음양오행설은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수천년동안 수정된 적이 없다. 반면에 과학에 뿌리를 둔 현대의학은 자신들이 내세운 지식의 전제들을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가가고 있다. 두 지식은 보완적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니며 상호 비교를 통하여 우열을 가려야 한는데, 이것을 상호보완이나 협진이라는 이름으로 회피하고 있다.
2) 동양의학은 총체적(holistic)인 이해, 서양의학은 분석적(analytical)인 관찰을 강조한다.
비판)
동양의학이 총체적인 이유는 아직 원시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원시사회의 정령의학이 총체적이고 점성술이 총체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즉 총체적인 것과 실험적인 것이 상호보완적 요소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는 미성숙한 개념이고 하나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지식이라는 점이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한의학이 발전을 한다면 점점 분석적이 되어 갈 것이다.
칸트가 형이상학은 인간의 이성으로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듯이 동양 의학이 진보하려면 형이상학적 요소인 기와 음양오행의 관념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기와 음양오행을 버린다면 동양의학은 사상누각처럼 와해되어 버린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의학도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실험과 분석적 관찰, 통계적 종합등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발달하였으며 그 역사도 200년 남짓이며,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다.
3) 치료 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동양의학은 방어적(自를 補함)이고 서양의학은 공격적(他를 除去함)이다.
비판)
한의학이 방어적 개념이 된 것은 음양오행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개념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념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존재의 개념을 상정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조화로 모든 것을 설명해버리니 박테리아라는 개념이 필요가 없게 된다. 즉 미생물을 발견할 수 없는 개념적 환경을 만들어 버린다. 반면에 서양의학은 실체적 원인을 추구하는 철학적(지식적) 배경과 기술의 발전으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을 추론하고 발견하게 만든다. 방어적인 것과 공격적인 것이 상호 보완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는 없고, 한의학이 실체를 찾아낼수 없는 학문이라면 현대의학은 실체를 찾아내는 학문이라는 차이점일 뿐이다. 이 역시 상호 보완적인 것이 아니라 미성숙한 학문과 성숙한 학문의 차이점일 뿐이다.
4) 동양의학은 경험적(experience)이고 서양의학은 실험적(experiment)인 면을 강조한다.
비판)
동양이나 서양이나 관계없이 인간의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 성장해 간다. 서양의학이 실험적이 된 이유는 실체를 찾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근대 서양 철학의 의식은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하면 달에 가서 확인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조화'로 모든 것을 설명하면 달에 갈 필요가 없게 된다. 사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내니까. 이는 서양의학이 초기(근대 이전)에는 경험적인 모습으로 동양의학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다가 근대 이후에 실험적으로 변모한 것이다. 근대 서양 철학에서 갈릴레오 이후 과학적 방법론이 등장하여, 어떤 이론은 실험과 근거 그리고 반증에 의해 확인되어야만 한다는 정신적 자세가 요구되어 실험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이런 과학적 태도는 경험을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하여 지식의 확대에 기여한다.
5) 동양의학은 역할(기능) 위주의 성(性)을 강조하고 서양의학은 해부학 위주의 질(質)을 강조한다. 물질의 성질이 질(質, 예: 단백질, 지방질, 당질, 광물질, 섬유질)이고, 비물질(非物質)의 성질이 성(性, 예: 음성, 양성, 경성, 연성,산성)이다.
6) 동양의학은 불건강 중심이고 서양의학은 병 중심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사람의 상태를 건강과 불건강(不健康)으로 구분하고, 서양의학에서는 병과 무병(無病)으로 구분한다. 동양의학에서는 불건강의 증(證, 症)을 다스리고(care,manage) 서양의학에서는 병(病)을 처치(treat)하고 고친다(repair).
비판)
차이점 5-6번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둘 다 억지로 보완적 성격을 강조하기위해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견강부회한 것이다. A와 B가 서로 보완을 할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서로의 영역이 다를 경우 뿐이다. 만약 A와 B가 서로 영역이 겹친다면 경쟁시켜 선택해야 할 문제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경쟁을 통해 올바른 것을 가려내어야될 것이지 상호보완해야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과학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 나쁜 것은 제거하고 좋은 것은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금에 와서 현대 의학과 한의학의 보완을 주장하는 것은, 한의학의 불안정함을 현대의학에 의존하여 그 생명을 연장시키길 원하는 것이며, 현대의학을 자신들의 수입을 확대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일종의 사기 비슷한..) 이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