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역사주의의 허구

팔락 2010. 5. 27. 12:48

 

 역사에 있어서 주어진 역사적 사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즉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이 취하는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각 시대에는 그 시대 나름의 문제와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에 관점과 관심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시대마다 자기의 관점의 역사를 재해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역사주의가 말하는 바와 같은 <역사자체>, <인류의 역사>란 없다. 역사주의자는 역사에 관해 명상함으로써 역사의 본질과 역사 자체의 불변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역사주의자는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여 거기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역사를 해석하는 인간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인류가 걸어가도록 운명지어진 그 길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나선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의미의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인류의 역사>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실상 <권력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권력의 역사는 국제적 범죄와 대량학살의 역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인류의 구체적 역사가 있다면 사람들 모두에 관한 역사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모든 것을 다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란 없다.

 

<역사의 의미>란 것도 없다. 역사 자체가 아무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신이 역사 속에 나타나며, 신의 목적이 역사의 의미라고 하는 사람들이 잇으나 그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 실제로 쒸어진 역사는 신에 의해 쒸어진 역사가 아니라, 장군과 독재자들의 감시 아래 역사학 교수가 쓴 권력의 역사일 뿐이다.

 

 역사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역사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부여한 의미이다.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이 수동적으로 끌려가야 할 역사의 의미나 법칙은 없다. 역사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우리는 역사 자체가 지닌 법칙과 의미가 무엇인가를 발견하여 예언하려고 하는 대신에, 우리가 역사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역사주의는 인간을 어쩔 수 없는 역사의 법칙이나 역사의 운명의 수인으로 만든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이성에 의해서, 힘의 횡포로 인해 나타나는 그릇된 역사를 교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역사가 우리를 심판하도록 놔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를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