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휠체어에 의존하던 환자도 걷게 하는 위약효과의 힘

팔락 2017. 6. 8. 12:21


휠체어에 의존하던 환자도 걷게 하는 위약효과의 힘

과의연|2017.06.07


과학중심의학연구원에서는 대체의학 연구의 거장 Edzard Ernst의 자서전 A Scientist in Wonderland(이상한 나라의 의학자)의 번역본 발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책에서 에른스트 교수가 대체의학의 효과를 검증한 첫 번째 임상시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영적치유의 효과를 검증했는데 당시 영적치유는 영국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대체의학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


이 기간 동안, 나는 종종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우리 연구실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연구 결과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일찌감치 확인한 게 바로 그때였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환자들 중 일부가 나중에 보니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고 있었다. 놀란 나는 “지난번에 휠체어를 타고 계시지 않았나요?”라고 질문했다. 그는 “맞습니다. 교수님. 치유 덕분에 몸 상태가 아주 좋아져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휠체어 없이 걷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나는 워낙 충격을 받아서 집에서 다니엘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실험에 따르면 환자들은 진짜 치유 또는 플라시보 치유를 받고 있었다. 환자들도 나도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런 극적인 효과는 기이한 일이었다. 나는 뜨거운 기대를 가지고 연구 결과를 기다렸다.


마침내 연구는 끝이 났다. 마지막 환자들이 마지막 치유 세션을 받고 나서 무작위 배정 코드가 공개됐다. 그리고 통계치들을 계산한 후에 결과를 정리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영적 치유는 통증 제어에 있어서 효과적이었을까? 과학의 세계에 센세이션을 선사하게 됐을까?


연구 결과, 네 그룹에서 모두 상당한 통증 완화가 확인됐지만, 각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진짜 영적 치유를 받은 그룹 보다 플라시보 그룹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약간 더 우월했다. 다시 말하자면, 환자들이 치유 세션 동안과 그 후에 경험한 효과는 플라시보 반응에 의한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플라시보의 효과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다. 그 효과가 워낙 탁월했기에, 일부 환자들은 휠체어를 완전히 버리고 걷게 된 것이다. 네 그룹에 모두에서 몇몇 환자들은 이 놀라운 반응이 나타났으며, 그들의 평균적인 통증 점수는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 연구의 최종 결론은 명확했다: “만성 통증의 치료를 위한 대면 또는 원거리 치유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다섯 명의 치유사들과 기타 관련 당사자들에게 이 결과를 제시하자, 활기차면서도 때로는 감정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발견한 내용이 이 치료법이 아주 쓸모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많은 환자들이 확연한 통증 완화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 결과를 출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특히 우리가 내린 결론으로는 출판하지 말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영적 치유가 전적으로 플라시보 효과에 기반한 것이라는 보고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수천명의 환자들로부터 놀랍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뚜렷한 혜택을 박탈하는 결과가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