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왜곡된 미국의 한의학 활용 실태
심각하게 왜곡된 미국의 한의학 활용 실태
과의연|2017.06.02
한의계에서는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중의학이 아니라 한의학이라고 읽는데 실제로 한의학은 중의학의 아류이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 한의학(Korean medicine 또는 traditional Korean medicine)이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왜곡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도 보인다. 민족의학신문 2013년 기사를 보면 엠디앤더슨, 캘리포니아 얼바인 의대 등에 '한방과'가 있다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기사를 자세히 보면 integrative medicine을 한방으로 둔갑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과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물리치료과의 수련의들은 반드시 한 달 동안 한방과(Integrative Medicine)에서 실제 임상 경험을 갖도록 요구하고 있다. "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5362
한의계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엠디앤더슨 암센터도 한방과가 아닌 Integrative Medicine Center(통합의학센터)가 있다. 소속된 대체요법사들을 보면 침술사 2명, 마사지사 4명, 음악치료사1명, 명상 지도사 1명이고 그 외에 임상심리사와 물리치료사도 있다.
미국의 다른 대형병원들도 비슷하다.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는 Integrative Medicine & Digestive Center가 있는데 여기에도 침술사는 2명으로 마사지사 4명보다 적다.
http://www.hopkinsmedicine.org/integrative_medicine_digestive_center/team/
그 외에도 의료기관에 따라 요가나 태극권 등을 지도해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한의학은 침술 정도만 그 중 일부로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한의사들이 암을 비롯해 온갖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한의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찬밥신세라는 황당한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은 여러 가지 보조치료 중의 하나로 침 치료를 하는 사람이 대형의료기관에 두 명 정도 있을 뿐이다. 미국의 대형병원에서 침술사 등의 대체요법사들을 데리고 있는 이유는 임상시험 등 연구에 활용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의료기관에서 대체의학 파트를 맡고 있는 의사들이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암환자들을 등쳐먹는 모습을 보면 기겁할게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을 운운하며 한의학을 더 널리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모습까지 보면 얼마나 황당할까?
이런 왜곡의 시발점이 한의계인지 언론이지 모르겠지만, 자꾸 왜곡하고 부풀리고 하다보니 두 달 전에도 조선일보 기사에 이런 대목이 들어가 있다.
“미국 가정의학 교육학회가 발표한 '대학병원에서의 한의학·양의학 통합치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하버드 대학병원, 예일 대학병원, 메이요 클리닉 등 30개 미국 대학병원에서 통합의학을 활용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에서 침술이나 한약 등 한의학적 처방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6/2017041601076.html
2013년에 조선일보는 비슷한 내용을 더욱 과장해 보도해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에서 지적을 했고 정정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http://i-sbm.org/?1A2n8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6/2017041601076.html
오늘자 한의신문의 “한의협, 김성수 대통령 한의주치의 위촉 환영…국민 모두 위한 ‘한·양방 협진 활성화’ 기대”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의한방 협진을 촉구하고 있는데 이런 대목도 있다.
“하지만 정작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의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일선 진료현상에서는 한·양방 협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암과 관련된 치료에 한·양방 협진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국립암센터에 한의진료과가 없는 것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을 외면한 비인도적 처사”라며 국립암센터와 일산병원에 한의진료과를 설치해 한·양방 협진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www.akomnews.com/?p=381902
한의계와 언론은 해외의 현실을 왜곡하고 정치인들은 사실관계는 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믿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한의사들에게 우리나라도 딱 미국만큼만 한의학을 활용하게 하자고 하면 반기기는커녕 막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게 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침 치료를 의료보험으로 보장하고 있으니 마사지도 의료보험을 적용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이나 기자가 한의사협회 회장이나 임원에게 “우리나라도 선진국인 미국에서 한의학의 활용되는 정도로 비슷하게 맞추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그 때는 진심이 드러나지 않을까?
강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