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의학 정보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방법
거짓 정보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방법
강석하|2017.05.26
안아키와 허현회가 유달리 주목을 끄는 사례가 됐지만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정보의 문제는 항상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 방송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건강과 의학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흘러 다닌다.
비단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의보감이나 민간요법 보고서에도 엉터리 처방들이 가득하다. 옳은 정보들만을 가려낼 수 있게 된 시기는 과학과 통계학, 임상시험 기법 등이 발전한 불과 2~300년 전이다.
아주 최근까지는 전문가 집단의 가장 신뢰할만한 고급정보를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대학 도서관에 가야만 논문이 실린 학술지들을 접할 수 있었고, 명문대학의 큰 도서관이 아니면 보유하고 있는 학술지도 적었다.
지금은 명문대학의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의학논문들을 접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 연구기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정보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서 제공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스마트폰으로도 접근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꾸만 엉터리 정보에 현혹되고 음모론을 신봉한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서도 몇몇은 엉터리 정보를 믿고 확산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릇된 정보를 걸러내고 올바른 정보만 취득할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문학술지의 논문들, 그리고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교재로 활용되는 전공서적을 찾아보는 일이겠지만 그런 데에 적혀있는 글과 그림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소화하기는 어렵다.
논문을 찾는 데에는 구글 학술검색(http://scholar.google.co.kr )을 이용하면 검색한 키워드를 가진 논문 중 가장 널리 인용된 것들을 상위에 보여주어 접근이 편리하다. http://www.pubmed.gov 도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논문 검색 서비스다. 검색어에 “review”를 같이 넣으면 여러 연구들을 정리한 리뷰 논문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전공자에게는 더 유용한 논문을 찾을 수 있다. 논문들은 대체로 유료로 제공되는데 http://sci-hub.bz 를 이용하면 무료로 논문을 볼 수 있다.
안아키 회원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모여서 스터디도 하고 한의사에게 수강도 하며 열성적으로 공부를 했다고 하고, 의사들이 하는 말은 신뢰할 수 없어서 직접 노력해 정보를 찾겠다면서 엉터리 정보만 주워담는 사람들이 있으니 설명을 했지만, 위의 방법은 일반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수단은 아니다. 영어를 잘 알더라도 전문가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은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짜로 올바르고 믿을만한 정보인지 확인해야겠다면 이상한 책이나 이상한 사이트에서 헤매지 말고 위의 방법을 이용해 전문가들의 논의를 엿보면 된다.
유용하고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한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은 신뢰할만한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http://health.cdc.go.kr )이나 대학병원 홈페이지, 여러 대학병원에서 제작한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 지식백과(http://terms.naver.com )도 유용하다.
의사 개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도 대부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드물게 전문가 집단의 견해와는 동떨어진 정보나 환자를 현혹시켜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국가기관이나 대학병원보다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신문기사나 방송에서도 대학 교수의 의견이 전문가 집단에서 인정받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신문기사나 방송은 뒷돈을 받고 홍보 목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고,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할만한 내용이 아닌 특이한 주장을 해서 주목을 끌려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썩 신뢰할만한 정보 창구는 아니다.
책도 신뢰할만한 수단이 아니다.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는 검증과정이 전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량은 진실인지의 여부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진실을 담은 책들보다 진실을 호도하는 책들이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의사, 과학자 또는 전문적인 의학이나 과학 저술가가 학계에서 인정받는 내용들을 서술한 책이 아니면 믿지 않는 편이 좋다. 본문에 꼼꼼하게 참고문헌을 기재한 책이 더 신뢰성이 있기는 한데 허현회의 책처럼 참고문헌을 달고서 엉터리로 왜곡해서 서술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의사는 의학이나 과학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의사의 말은 무시하는 편이 좋다. 한의대 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한의사가 말하는 한의학적 주장은 우리나라나 중국 같은 곳의 일부 사람들만 믿는 이야기이고, 국적을 떠나서 과학자들이나 의사들의 비웃음을 사는 내용들이다. 한의사가 개인적으로 과학과 현대의학을 공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그 부분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의사나 과학자에 비해 높다.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해서 외국의 국가기관이나 권위 있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비하면 구글은 믿을만한 정보들을 검색 상위에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로 적힌 잘못된 정보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해당 웹사이트의 운영 주체를 반드시 확인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지 확인해야 한다.
카카오톡이나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공유되는 정보들 중에는 외국 유명 대학과 있지도 않은 교수 이름을 곁들인 엉터리 정보도 많기 때문에 “어느 대학 어느 교수가 이랬다더라”하는 주장도 그 대학 그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거나, 전달해준 사람이 정보의 진위여부를 가릴만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못보고 못들은 것으로 하는 편이 좋다.
제약회사, 의사, 정부, 기득권층 등이 진실을 감추고 있고,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면 된다. 설령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의사 면허가 있거나 박사 학위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어느 직종이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나 사기꾼은 일부 섞여 있다.
엉터리 정보에 많이 활용되는 키워드도 있다. 해독, 독소, 자연, 천연, 균형 따위의 단어는 제대로 된 의학 정보에서는 등장할 일이 거의 없다. 이런 단어가 나오면 더이상 귀담아 듣거나 읽느라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면역력이라는 단어도 엉터리 정보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키워드인데 "스트레스나 영양부족, 수면부족, 과음 같은 이유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정도의 설명은 괜찮지만, 무엇을 먹거나 어떤 치료를 받아서 면역력을 증가시켜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사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문가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는 근거 없는 거짓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한의사들이 의사들에 비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경향이 있고, 의사들이 하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는 이유는 의사들이 한의사들에 비해서 아는 게 없어서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아니라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 경로로 자주 접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그 내용 진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신뢰할만한 기관에서 나온 자료,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들 외에는 무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강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