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식량 부족과 인간 뇌의 진화

팔락 2017. 5. 17. 21:07


<인간의 뇌의 진화>

식량 부족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생물에게는 끔찍한 상황이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비범하고 새로운 자질이 생겨날 가능성을 수반한다. 영양분의 결핍은 동물의 생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자손 개체수를 줄여 종 전체가 이 진화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인다. 또 자손 수가 줄어들면 심각한 식량난을 가중시킬 여지도 줄어든다.


생명의 전 과정이 폭풍우가 지나갈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는 태세를 취한다. 이처럼 모든 차원에서 세포의 성장이 느려지지만 단 한 가지, 핵심적이고 주목할 만한 예외가 있다. 뇌세포의 성장은 가속화되는 것이다. (---)


살아남기 위해 몸과 머리가 서로 합심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새로운 뉴런의 공격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몸의 나머지 부분이 영양분 섭취를 줄여 가뜩이나 부족한 영양자원을 뇌로 보내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몸이 노화를 늦추고 지능 발달을 촉진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350만 년 전, 루시와 동시대의 인간종들이 예측불허의 땅에서 필사적으로 식량을 찾아 헤매던 시절에, 그들이 겪은 만성적인 결핍이 뇌의 성장을 맹렬히 촉진했으리란 의미가 된다.

- 도널드 조핸슨의 <루시, 최초의 인류>

 

인간종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뇌를 키웠다.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생존전략으로 뇌를 선택한 것이다. 뇌가 커진 인간은 포식자들이 넘쳐나는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대처하는 능력이 커졌다. 위험을 예측하고 먹이를 찾고, 동료의 마음을 읽고 서로 협력해서 사냥을 했다. 또한 불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인간의 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불로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먹을거리도 풍부해지고 소화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적은 양을 먹고도 충분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어서 200만년 동안 뇌의 크기를 두 배나 키울 수 있었다. 호리호리하고 가냘픈 인간종들은 뇌와 위장의 갈림길에서 뇌를 키우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렇게 진화는 힘든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놀라운 해결책을 찾아내며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는 동시대에 지구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도 한때 유럽 대륙에서 공존했다. 이렇게 과거 지구에 여러 인간종이 함께 살았다는 것은 한 종이 또 다른 종을 멸종시키며 살아남았음을 뜻하기도 한다.


인간이 되기까지의 역사는 우리가 짐작하는 그런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과연 700만년 동안 인간종이 몇 종이나 출현했을까? 칩 월트가 쓴 <사람의 아버지Last Ape Standing>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인간종이 27종에 이른다고 한다. 27종이나 되는 인간종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 한 종만 살아남고 26종이 멸종한 것이다.


<사람의 아버지>의 핵심질문은 “700만 년 동안 진화한 27가지 인간종 중에서 왜 오직 우리 한 종만이 살아남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