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醫, 의료분쟁조정 강화법 추진 공분

팔락 2017. 5. 17. 11:27


醫, 의료분쟁조정 강화법 추진 공분···"소신진료 환경 외침 무색"

산부인과 여의사 금고형 판결을 계기로 의료분쟁조정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개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돼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11일 대표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에게 분쟁조정 자동개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등급 1급이 되는 상황이 명확하다고 판단한 경우 위원장이 지체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 판정에 대해서만 자동개시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을 강화한 것이다.


전혜숙 의원은 "보다 신속하게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보건복지특보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의료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했고,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가 소신진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피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에는 1000여 명의 의사들이 '전국 산부인과의사 궐기대회'에 참석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촉구했다. 형사처벌 독소조항으로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의료계는 과목과 지역을 막론하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은 이날 의사들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의사들 바람과는 반대로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나오면서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보건복지특보단장으로서 의료계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을텐데 실망감이 크다"며 "선거 때 표만 생각한 것일 뿐 의료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들은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환자 피해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자동개시 대상을 확대하면 무분별한 조정신청으로 더 많은 의사와 환자들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의분법은 환자와 의사 간 상생(相生)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잠재적 범죄자 양산 통로로 전락했다"며 "범위를 확대할 게 아니라 장애등급 1등급이나 의식불명 판단기준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병원계에서도 한숨은 터져나왔다. 이번 개정안이 의료인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한 중소병원장은 “중재원장이 법리적으로 중재업무에 적합한 사람일수는 있지만 의료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다”며 “결국 병원들을 통제하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의사와 환자들 모두 원하지 않는 분쟁조정을 강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당사자들보다 중재원장의 직권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이 병원장은 “명백히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이다. 정치권이 아직도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국민을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중재원에 민원을 넣든지 방법은 있는데 중재원이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며 “결국 중재원에 일감 몰아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김성미·정승원 기자 ksm6740@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