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도덕, 신경철학
<뇌과학과 도덕, 신경철학>
우리는 아름다움과 행복, 옳고 그름이 미학이나 예술, 도덕을 통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아름다움과 행복, 올바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이러한 가치들이 인간과 상관없이 외부세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름다움과 행복, 올바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느끼는 것이다. 뇌에서 나오는 이러한 가치들은 감각과 인지 능력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으로 축적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개인적으로 느끼고 깨닫는 가치들이 주관적이거나 임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과 행복, 올바름이 있다.
따라서 뇌과학은 올바름을 다루는 도덕에 대해 그동안 인문학에서 말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설명한다. 도덕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나?
처칠랜드는 도덕의 출발점을 포유류의 뇌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찾는다. 본래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생명체는 자기 본위로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포유류부터 다른 개체를 위하고 배려하는 가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뇌는 파충류와 달리 전략적으로 자식을 적게 낳고 잘 보살피도록 조직되었다. 어미의 뇌는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을 분비하며 자식에게 애정을 쏟는다.
뇌가 여섯 개 층의 대뇌피질로 두텁게 진화한 포유류는 자기희생적으로 자식을 돌보는 데 성공하고 생태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올라섰다. 이때 자식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은 배우자에서 친족, 그리고 친구로 확대되었다.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사회적 포유류는 자식 이외에 남에게도 친밀감을 느끼고 돌보는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는 포유류이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뇌를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행복하고 그들이 부당하게 고통당할 때 분노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과 분노, 슬픔의 감정은 옳고 그름을 나누는 가치판단 능력이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주의와 같은 도덕적 직관과 가치가 인간의 뇌에 각인된 것이다.
무엇이 올바르고 타당한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인간의 뇌다. 뇌과학을 탐구하지 않고서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세우기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철학과 윤리학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논의되어 왔는데 이것은 모래성 위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도덕에 대한 설명은 신경생물학적이며, 인류학적이며, 심리학적으로 설득력이 있어야한다”는 처칠랜드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 정인경의 과학을 읽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