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가치
<사실과 가치>
인간의 뇌는 사실과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구는 돈다’와 같은 사실이나 ‘생명은 존엄하다’는 가치를 ‘참’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작용한다. 샘 해리스는 이러한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뇌에서 믿음을 찾는 실험을 시도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치로 뇌를 스캔하며 믿음과 불신, 불확실성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뇌에서 믿음만 따로 관장하는 영역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인간의 뇌가 광범위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샘 해리스는 믿음과 관련해서 전두엽의 내측전전두피질이 가장 활성화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추론했다. 우리의 뇌는 기능적으로 사실과 가치를 처리하는 방식에 차이가 없었다.
믿음에 MPFC(medial prefrontal cortex 내측전전두피질)가 관여한다는 점은 믿음과 감정/보상의 순전히 인지적인 측면 사이에 해부학적 관련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심지어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명제의 진위를 판단할 때도,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지배하는 변연계와 단단히 연결된 뇌 영역이 관여한다.
실제로 수학적 믿음(2+4+8=16)은 윤리적 믿음(당신이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좋다)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는데, 이 두 믿음은 우리가 실험에 사용한 자극들 중에 가장 상반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은 믿음의 생리학이 명제의 내용에 관계없이 동일한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사실과 가치의 구별도 기본적인 뇌 기능 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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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사실)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치)에 대해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로부터 당위를 유도할 수 없다는 흄의 지령 즉, 세계에 관한 경험적 사실에서 출발해 특정하거나 일반적인 도덕적 판단을 인정할 수 있는 연역적 논증 따위는 없다는 흄의 생각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옳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뇌의 작동방식은 흄의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우리 뇌에서는 사실과 가치는 연결되어 있다.
- 샘 해리스의 ‘신이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몇 가지’와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