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긍정의 심리학과 건강

팔락 2016. 12. 5. 12:43


긍정의 심리학과 건강

※ 이번 글은 마이클 부스(Michael Booth)가 지난 11월 8일 사이언티픽메디슨 블로그에 기고한 글로, 긍정적 생각이 과연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저자는 사이클 및 스턴트 분야에서 20년간 활동했으며, 33세부터 류마티스로 고생한 후에 응용심리학 분야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에서 요약 및 번역했습니다.


긍정적 생각과 태도가 수명을 연장시키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전세계에 걸쳐서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명 언론에서도 자주 하는 주장이며, 행복-번창-낙관론 등을 다루는 책들에서도 수많은 페이지가 긍정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낙관론과 긍정적 태도가 건강 및 장수와 연관이 있다는 근거가 과연 있을까? 만성 질병의 진행이나 악화에 있어서 개인적 믿음이 실제로 영향을 미치나?


유명한 일반화

외과의사인 Dr. Oz이 허핑턴포스트 ‘Healthy Living’ 섹션에 기고한 글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올바른 태도를 가지는 건 매일 바르는 자외선차단제나 주말 스파보다 당신의 몸을 위해 더욱 중요합니다. 유머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개선시키고 질병을 피하게 하며 암의 가능성을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심장질환 이후의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괜찮지 않나요?”


Dr. Oz에 따르면 이 결론은 덴마크에서 607명의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른 것이다. 그는 “더 긍정적인 기분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은 적어도 5년 이상 더 살 확률이 58%였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긍정이 운동으로 이어지거나 운동이 기분을 좋게 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을 지적할 수는 있다. 긍정적 사고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인생(그리고 미용에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부친은 지난 6년간 심근증(cardiomyopathy)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으며 각블록(bundle branch block) 상태였다. 훌륭한 의사들이 아버지의 생명을 유지시켰으며, 나는 영원히 그들에게 감사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Dr. Oz 등의 주장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유명 의사들이 인용한 연구를 보니 그 연구자들은 “긍정적 감성이 높은 환자들이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5년 사이에 사망할 확률이 낮았다. 운동이 긍정적 감성과 사망률 사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운동을 하는 환자들은 수술 후에 사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리고 긍정적 감성이 높은 환자들은 운동을 할 확률이 더 높다.” 이 연구 어디에서도 태도나 유머가 “심장질환 발병 이후의 생존확률을 높여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 더 많은 운동을 하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으며 더 많은 운동이 기분을 좋게 해줄 수는 있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내 아버지의 생존 가능성을 개선시켜 준 것은 운동이다.


만성질환을 가졌거나 난치병 환자와 함께 사는 나 같은 많은 사람들은 밝은 면을 강조하지 않으면 어두운 면이 너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긍정에 대한 일반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더 긍정적인 기분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은 적어도 5년 이상 더 살 확률이 58%였다”라는 주장은 데이터를 와전(misrepresentation)시킨 것이다. 이런 일반화들은 유명 언론들에서 의학적 조언으로 사용되면서 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약간의 패러디

약 1년쯤 전에 내 친척 중 한명은 류마티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태도를 가지면 된다고 내게 말했다. 그 근거 없는 발언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은 후에, 나는 낙관적인 마음으로 의사를 만나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주차를 하고 나서 차에서 점프해서 나오면서 발레파킹을 하는 주차요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서는 대학병원의 회전문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다. 로비로 걸어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웃으며 인사를 하고, 피아노 연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잠시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카페테리아에서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팁으로 준다. 2번 병동의 리셉션에서 나를 환영하자, 나는 대기실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마리아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중략)


패러디는 이쯤 하고, 스켑티컬 인콰이어러 2016년 7월호를 보면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바이즈가 쓴 흥미로운 글이 있다. 제목은 “불평꾼들을 위한 희소식: 행복은 과대평가됐을 수도 있다.”이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주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장수(longevity)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바이즈는 2015년 12월 란셋(Lancet)에 실린 “여성 100만명 연구(Million Women Study)”라는 최근의 논문을 인용했다. 이 논문은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의 베티 리우와 옥스퍼드 대학교의 공동연구자들이 쓴 것이다. 10년간의 추적 조사 결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없이 이 연구를 시작한 719,761명의 여성들 중 4%(31,531명)이 사망했다. 행복이 장수와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을 검증하면서,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시간 또는 항상 행복하다고 보고한 여성들은 10년 이상 살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실험자들이 자기 보고 건강상태(self-reported health)를 다른 변인으로 추가하자 장수에 행복이 미치는 영향이 사라졌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중년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좋지 않은 건강상태가 행복하지 않은 심리상태를 유발시킨다. 이 연관성을 감안하고 잠재적 교란요인(potential confounder)들을 수정한 결과, 행복과 웰빙은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지 않은 건강이 낮은 행복 레벨과 짧은 수명으로 이어진다는 방향성이 행복이 건강 및 장수로 이어진다는 주장 보다는 훨씬 일리가 있다. 긍정의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방향성에 대한 혼돈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으며 정밀한 과학이 결여돼 있다. 행복, 낙관론 및 웰빙 등의 단어들은 자기 스스로 보고됐을 경우에는 신뢰할 수 없다. 그리고 심리학적 평가로 쉽게 측정할 수도 없다. 기분은 상당히 광범위한 요인들로부터 즉각 영향을 받으며 안정적이거나 지속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감정적 자질들은 객관적 정량화(objective quantification)를 공유하지 않는다. 설령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이 장수 또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대체 어떻게 직접적으로 테스트한단 말인가?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분류해서 한 그룹에서는 행복한 상태를 만들고 다른 그룹에서는 불행한 상태를 만든 후에 누가 더 오래 사는지 보겠다고? 그건 비윤리적으로 끔찍할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건강과 태도 사이의 관계가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분석되고 있는 건 확실하다. 불행하게도 만성 질환을 가지고 생활하는 우리들에겐 그런 성급한 일반화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태도 변화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거나, 행복했다면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