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동종요법은 사기” 철퇴 내린 호주 정부

팔락 2015. 4. 11. 12:01

“동종요법은 사기” 철퇴 내린 호주 정부

한의학에 수천억 예산 퍼붓는 한국과 대조적

 

호주 정부 산하의 국립보건의료연구위원회(The 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 : NHMRC)가 동종요법(homeopathy)에 대해서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no good quality evidence to support the claim that homeopathy is effective in treating health conditions)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동종요법과 관련된 1800여개의 연구들 중에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진행된 연구 225개를 선별해서 집중 검토했다. 검토 결과, 피실험자의 숫자가 충분하며 이중맹검 및 대조군 설정이 올바르게 된 연구들 중에서는 동종요법이 플라시보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결과는 없었다.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소수 연구들은 피실험자의 숫자가 적었으며, 실험 설계상 결함이 있었다. 플라시보 효과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대조군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토된 연구들은 근거중심의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근거 중 하나인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 RCT)에 의해 진행됐다. RCT에서는 특정 약품 또는 치료법의 효과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실험군과 대조군을 분리해서 설정한다. 이어 피실험자들에겐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해 있는지를 알리지 않는다. 실험군에겐 검증을 하고자 하는 실제 약품을 투여하거나 치료법을 시술하고, 대조군에 속한 피실험자들에겐 위약을 투여한다. 실험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해당 약품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실험군과 대조군의 결과가 유사할 경우, 해당 약품의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로 판명되는 것이다.

 

“심각한 질환에 동종요법 사용하지 말라”

위원회는 "만성적이고, 심각하거나 심각해질 수 있는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동종요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동종요법이 사실상 사기라는 걸 명시한 셈이다.

 

동종요법(homeopathy)은 영어권 국가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대체의료 중 하나로, 질병의 증상과 유사한 반응을 나타내는 자연물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1790년대에 독일의 의사 사무엘 하네만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용하는 약물은 꽃이나 뿌리·열매·야채·씨앗·염분·뱀독·꿀·오징어먹물 등 다양한 재료에서 추출하는데, 기존 약물과 마찬가지로 알약·물약·연고·과립 등의 형태로 나와 있으며 설탕이 추가되기도 한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동종요법의 애호가로 유명한데, 그는 이로 인해 엑시터대학교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대체의학과 교수와 갈등을 빛기도 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근거중심의학의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이며, 지난 10여년 간 동종요법이 플라시보 이상의 효과가 없음을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포털에서 '동종요법'을 검색하면 이를 홍보하는 기사 및 블로그-지식인 게시물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병원 중에서는 강남에 위치한 C병원이 동종요법을 시술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권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 산하 기관이 대체의료의 효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뒤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공식적으로 내린 건 이례적이다. 특히 호주에 한방 등 사이비의료를 신봉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원회의 이번 발표는 정치적 후폭풍까지도 감수한 용기 있는 결단으로 보인다. 당장 침-한약 등 한방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효과 없는 치료법에 계속 혈세 퍼붓는 한국 정부

최근 ‘청년의사’ 보도에 따르면, 한국한의학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논문들 중에서 2009~2014년에 발표된 ‘리뷰논문’만을 분석한 결과 60편 중에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은 단 1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정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도 5편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다수 논문들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결론이거나 큰 의미가 없는 단순 리뷰에 불과했다. 청년의사가 분석한 리뷰논문 60편은 침술(17편), 뜸(10편), 한약(5편), 태극권(5편), 부항(4편), 기공(3편), 마카(2편), 건강보조식품(2편), 요가(2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하지만 건강보조식품과 관련된 논문 1편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뿐이다. 특히 ‘뜸’에 관한 리뷰논문은 10편이 작성되었지만, 모두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한의학연구원은 연간 예산을 500억원씩 사용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으로, 매년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를 합산하면 수천억원의 세금이 한방 연구에 투여된 셈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체의학 치료법을 검증한 후 ‘효과 없음’을 발표한 호주 정부의 모습은 한의학연구원 등의 한방 연구단체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시켜서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고서도 한의사들에게 의료인의 지위를 유지시켜 주는 한국 정부와 크게 대조된다. 특히 국내 한의사들은 동종요법보다 과학적 개연성이 더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양오행설, 사상체질론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주년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특보